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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 저녁
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날이다. 비가 온다는 표현보다는 들이붓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금요일이라 일도 하기 싫고 비까지 오니 몸도 무겁다. 이런 날 애주가들은 파전에 막걸리나 뜨거운 국물에 소주 한 잔 들이켜고 싶은 마음이 클 거라 생각한다. 점심에 와이프가 수제비 반죽을 해놓았다고 저녁에 수제비를 먹자고 했다.
사실 점심에 전화를 할 때만 해도 하얀 국물에 수제비를 생각했다. 와이프가 수제비에 낙지를 넣자고 해서 막걸리를 하나 사 간다고 했다. 퇴근길 운전을 하면서 쏟아지는 비를 보니 집에서 조금 더 가야 하는 마트에 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막걸리는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왔다.
와이프가 저녁 준비를 끝마쳐 가고 있었다. 냄비를 열어보니 김치 수제비가 끓고 있었다. 갑자기 기쁨이 샘솟는다. 만두도 들어있다. 평소 좋아하는 얼큰한 국물이 그것도 비가 오는 날 준비되어 있다니 적지 않은 감동이 밀려온다. 거기다 도토리묵까지 무쳐놨다. 뜨끈함과 얼큰함 거기다 새콤한 도토리묵이 오늘 나의 피로를 풀어준다.
난 결국 참지 못하고 근처 편의점에 가서 평소 좋아하던 하나 소주를 사 왔다. 오늘 나와 같이 술잔을 기울일 일주일 동안 수고한 나의 동지들에게 건배를 청한다. "즐거운 금요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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