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씨표류기 줄거리
빚에 시달리던 주인공 김성근(정재영)은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다. 한강 다리 위로 차들이 달리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있는듯 한 성근은 다리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자살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눈을 떠보니 한강의 어떤 외딴섬이다. 눈앞으로 한강 너머 건물들이 보이지만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몇 번의 탈출 시도가 실패로 그치고 성근은 그곳에서 하루 이틀 지내기 시작하면서 섬 생활에 적응해 가기 시작한다. 거의 수렵과 채집의 삶이다. 문명의 이기를 전혀 누릴 수 없다. 이곳에서는 생활 쓰레기, 동물의 사체, 자라나는 식물들 중 어느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자원으로 활용 될 수 있다. 이렇게 우리의 김 씨는 그곳에 자신의 안식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한편에 옥탑방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여자 김씨 김정연(정려원)은 방에서 밖을 관찰하다 우연히 성근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죽을 줄 알았던 정연은 호기심이 생겨 계속 성근을 관찰하게 된다. 그런 성근을 보던 정연은 자신과 다르게 역경을 헤쳐나가는 성근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 작은 희망을 느낀다. 그렇게 그곳을 집 삼아 안락한 삶을 이어가던 성근은 그곳을 청소하러 온 군인들에게 발견되고 그렇게 강제로 진짜 살던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것을 보던 정연은 그를 찾아 방을 나와 뛰기 시작한다. 이들의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나는 알려주지 않겠다. "Who are you?"
2. 영화의 배경
2009년에 개봉한 영화로 배경은 대략 15년 전 서울이다. 서울 그곳은 살기에 녹녹하지 않은 곳이다. 성근은 자신의 빛이 얼마인지 전화로 확인하고 실행하려던 자살을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실패한다. 이곳은 사는 것도 쉽지 않지만 죽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눈을 뜬 작은 섬에 모여있는 쓰레기들을 보니 그때 당시 생활을 엿볼 수 있다. 한강의 오리 배, 가정에서 쓰고 남은 세제류 등 여러 가지 쓰레기들이 난무하다. 이러니 한강이 깨끗할 리 없다. 영화에서도 성근이 처음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장면이 바로 강물 위를 죽어 떠다니던 물고기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성근이 생존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은둔생활을 하고 있던 정연이었다. 호기심으로 관찰을 시작했던 정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두 사람은 거리로는 멀지 않은 서로의 작은 무인도와 작은방에 있지만 만날 수 없다. 성근은 도시를 떠나 자연속에 고립되어 있고, 정연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밖을 나가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과 단절 되어 있다. 자연과 도시 두 장소는 같은 곳에 공존하는듯 하며 서로 다른 성격을 띤 공간인듯하다. 성근은 섬을 떠나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또한 정연은 도시 속에 혼자 고립되어 있지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영화는 이렇게 두 공간의 대조를 통해 고립, 단절, 소통의 필요함, 작은 것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3. 나름의 감상평
삶이 가끔 퍽퍽하다 느껴질때면 우리는 무언가를 하나씩 떠올리는 것 같다. 누군가를 보고 싶거나, 무언가 먹고 싶거나, 안 가본 것을 가보고 싶거나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떠올렸던 것은 '짜파게티'였다. 영화 속 주인공이였던 성근은 아마 앞으로도 잃을 것밖에 없다고 떠올렸던것 같다. 희망이 없다 생각하고 삶을 놓기로 한다. 하지만 삶을 놓는 것에 실패한 성근은 또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제약적이다. 그곳에서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필사적으로 찾아야 하고 작은 것들조차 다 소중해 진다. 성근은 작은 꽃에서 꿀을 빨아먹고 버섯을 먹으며 버틴다. 또다시 필사적으로 살아야 하는 성근을 보며 웃기면서도 슬프다. 그런 성근을 지켜보는 여자 정연은 세상과의 단절을 택한 인물이다. 주변에서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성근은 쉽게 얻을 수 없는 상황, 정연은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방법을 택한 상황이다. 성근은 무엇인가를 얻기에 육체가 자유롭지 못하고, 정연은 무엇인가를 얻기에 영혼이 자유롭지 못하다. 자연과 도시, 육체와 영혼 어찌 보면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풍족할 수 있다. 이 둘은 이런 대조적인 구도에서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다. 둘의 삶은 여태껏 퍽퍽했지만 이렇게 이 둘의 희망이 보인다. 장르는 드라마이지만 왠지 로맨틱 코미디 같은 향이 나는 이 영화. 잔잔한 희망과 설레는 향기가 남는 영화이다
2023.06.24 - [영화] - 트루먼 쇼, 알을깨고 세상에 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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