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안 대소사를 결정하는 와이프님께서
얼마 전 넷오티티를 끊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집에서 일을 할 때 생각나고 보고 싶어 져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속으로는 솔직히 아니 '안 보면 되지 굳이 끊기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심기를 건드릴수 없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우리 집은 실시간 방송 서비스가 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티비를 틀어도 볼 게 없고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티비앞에서 밥을 먹었는데 심심했습니다.
그러다 볼게 없으니 뉴스를 보며 식사를 했습니다.
그전에는 티비만 보던 우리는 그날은 서로 생각을 얘기하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이런 장점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최신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 티브이에서 평소 보고 싶던 영화를 볼 기회가 되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넷오티티에 있던 영화였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면서도
언제든 볼 수 있고, 넷오티티에 볼게 풍족하니 안 보게 되었던 영화였습니다.
눈앞에 보고싶은 영화가 있었음에도 더 좋은 게 있나 검색만 하고 끝나는 날도 많았었습니다.
티브이에서 그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데 무언가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다른 선택사항이 없으니 그렇겠지 하면서도 영화에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를 들으며
그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 내가 영화 보는걸 참 좋아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볼 게 많으니 되려 선택의 폭이 좁아졌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며
아이러니하게도 풍족이 결핍을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많은 것을 듣고 보고 경험해봐야 하는 시대
정작 무엇을 느끼고 보고 들어야 하는지는 모르게 된 시대는 아닐까요.
별거 아닌 것에서 작지만 정작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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