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라는 역할을 가지고 있을 무렵에는
모든 일에 관대했고 시간도 충분히 내 편이었습니다.
하루동안 가고 싶은 곳도 가고 놀고 싶은 만큼 놀고 그리고 숙제도 해냈습니다.
학생과 청년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살 무렵에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시간도 그 일에 비중을 많이 두었습니다.
공부에 비중을 두거나 노는 일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두시절 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나는 어린이, 학생, 청년이라는 사회적 단어 안에 있었고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살더라도 그냥 관조적인 입장 안에 있는
부족한 것들에게서 보호받을 수 있는,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시간이 시작되었을 때는 정말 퍽퍽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관조적 입장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보내야 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을 계속 보내던 어느 날 갑자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제 어른이 된걸까?된 걸까? 아니면 청년의 마음을 한 겉모습만 어른이 된 걸까?
나는 이제 부모님의 자식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배우자이기도 하고
직장에서는 직함을 가지고 살고 있고 사회에서는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살아내야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역할에 충실하기 싫고 그냥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 날들도 아직 많이 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린이, 학생, 청년이라는 시간을 졸업해야 할 때가 된 것도 마음으론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점잖은 책임을 지는 날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오늘도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에 역할에 책임을 지고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비슷한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그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나마 행복함을 하나 더해봅니다.
"잘 될 겁니다. 앞으로도 좋은 날들이 펼쳐질 테니까요."